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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얼굴 빨개지는 건 간 때문이 아니라 유전 때문입니다

친구들과 회식 자리에 갔을 때, 한 모금 마시자마자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마치 온 얼굴에 열이 오르듯 홍조가 생기고, 금세 두통이나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죠. 많은 사람들은 이런 반응을 보고 “간이 약해서 그렇다”고 쉽게 판단하곤 합니다. 하지만 과연 얼굴이 빨개지는 것이 정말 간 기능 때문일까요?

 

사실 술을 마셨을 때 얼굴이 빨개지는 주된 이유는 유전적인 효소 결핍 때문입니다. 술 속의 에탄올은 우리 몸에서 아세트알데하이드라는 독성 물질로 전환되는데, 이걸 다시 분해해 무해한 아세트산으로 바꾸는 효소가 필요합니다. 바로 ‘알데하이드 탈수소효소(ALDH2)’라는 효소인데, 이 효소의 유전적 활성도가 낮은 사람은 술을 잘 분해하지 못해 얼굴이 빨개지는 것입니다.

 

이런 유전적 체질은 전 세계 인구 중 약 5~10%에게만 나타나는 희귀한 현상이 아니라, 아시아인의 약 40~50%가 가지고 있는 비교적 흔한 체질입니다. 특히 한국, 중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 지역 사람들에게서 흔하게 나타나며, 간 건강과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습니다. 간이 아무리 건강해도 ALDH2 효소가 부족하면 얼굴은 빨개질 수밖에 없죠.

 

물론 간 기능이 현저히 떨어진 경우에도 알코올 대사가 지연되어 얼굴이 붉어질 수는 있지만, 대체로는 유전적 효소 문제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술 한 잔에 얼굴이 붉어지는 자신을 두고 ‘나는 간이 약해’라고 단정 짓기보다는, 내 몸의 효소 활성도를 이해하는 것이 더 정확한 접근입니다. 🍷

 

2. 얼굴이 빨개지는 체질, 방치하면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술을 조금만 마셔도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들은 흔히 자신을 ‘술이 약한 사람’ 정도로 생각합니다. 그러면서도 분위기에 따라, 억지로라도 술을 마시게 되는 경우도 많죠. 하지만 이런 체질이 단순히 얼굴 붉어짐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뭅니다. 오히려 이 체질을 방치한 채 음주를 계속할 경우,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앞서 말했듯 술이 체내에서 분해되는 중간 물질인 ‘아세트알데하이드’는 1급 발암 물질로 지정된 독성 물질입니다. ALDH2 효소가 부족한 사람은 이 물질이 체내에 오랫동안 남아 있게 되며, 반복적인 음주 시점에서 식도암, 구강암, 간암 등 암 발생 위험이 크게 높아집니다. 실제로 얼굴이 빨개지는 체질의 경우, 식도암 발생 확률이 일반인보다 6~10배가량 높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혈압 상승, 심박수 증가, 두통, 위장 장애 등의 증상이 술을 마신 직후에 자주 나타나는 것도 이 체질의 특징입니다. 이처럼 술을 대사하지 못하는 체질에서 음주는 몸 전체에 자극과 손상을 유발할 수 있는 강력한 스트레스가 되는 것이죠.

 

그래서 의사들은 얼굴이 붉어지는 체질이라면, 반드시 음주를 자제하거나 매우 제한적으로 섭취할 것을 권고합니다. 본인의 체질을 이해하고 거부 반응을 존중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안전한 건강 관리이며, 무리하게 주변 분위기에 맞춰 술을 마시는 것은 위험을 키우는 습관일 수 있습니다.

 

3. 얼굴 빨개지는 사람을 위한 건강한 음주 팁

그렇다면 얼굴이 쉽게 붉어지는 체질을 가진 사람들은 술을 완전히 피하는 것만이 해답일까요? 물론 금주가 가장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자리를 피하기는 어려울 수 있죠. 중요한 건 내 몸의 반응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음주 습관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음주를 조절하고, 적절한 대비와 관리만 잘해도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얼굴이 빨개지는 체질을 가진 분들을 위한 실천 가능한 음주 팁은 다음과 같습니다:

  • 빈속 음주는 절대 피하기 (위 점막 보호)
  • 한 잔 마신 후 반드시 충분한 수분 섭취
  • 강한 증류주보다 낮은 도수의 맥주나 와인 선호
  • 술자리 이후 해독 기능 돕는 음식 섭취 (미역국, 콩나물국 등)
  • 다음날까지 컨디션 이상 시 음주 자제

 

또한 본인의 체질이 어떤지 모르겠다면, 병원에서 간단한 ALDH2 유전자 검사나 음주 반응 테스트를 받을 수 있습니다. 나의 몸이 술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고 나면 무턱대고 마시는 것보다 훨씬 현명한 음주 생활이 가능해집니다.

 

술 한 잔에도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은 간이 약한 것이 아니라 체질적 효소 차이 때문입니다. 이를 이해하고 몸의 신호에 귀 기울이는 것, 그것이 건강한 삶을 위한 가장 기본이자 소중한 선택입니다. 🍻